
HO CHI MINH · 3박4일 · 골프 세 판
셋이 아니라 넷이다. 다 예전 회사 동기들인데, 매년 한 번은 어디든 공 치러 가자고 벌써 몇 년째다. 올해 당번이 나여서 고민하다가 호치민으로 골랐다. 다낭이랑 나트랑은 다들 가봤고, 사이공은 골프보다 도시 구경이 먼저 떠오르는 데라 오히려 새로웠다.
일정은 3박4일에 라운딩 세 번. 송베, 트윈도브, 탄손녓 이렇게 코스가 매일 바뀌는 게 마음에 들었다. 숙소는 니코 사이공, 시내 한복판이라 저녁마다 걸어 나가기 좋았고, 7인승 밴에 한국어 가이드가 붙어서 우리 넷이 골프백이며 짐이며 다 싣고 편하게 다녔다.
스코어는 밑에 카드로 정리해뒀다. 자랑할 건 없고 그냥 있는 그대로 적었다.

첫날 밤, 호텔 근처에서 본 사이공. 강 건너 불빛이 생각보다 화려했다.
첫날은 공 대신 도시부터
탄손녓 공항에 내리니 가이드가 이름 적은 종이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밴 타고 시내로 들어가 짐 맡기고 바로 시티투어. 노트르담 성당은 공사 중이라 겉만 봤고(살짝 아쉬움), 대신 옆 중앙우체국이 오래된 건물 특유의 멋이 있어서 사진 많이 찍었다.
벤탄시장은... 더웠다. 정말 더웠다. 흥정하다 지쳐서 망고랑 커피만 사서 나왔는데, 연유 넣은 아이스커피(카페 쓰어다) 이건 인정. 하루에 두 잔씩 마셨다. 전쟁박물관은 들어가니 다들 말수가 줄더라. 골프 치러 왔다가 이런 데서 한참 조용해질 줄은 몰랐다.
저녁엔 마사지. 라운딩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발마사지부터 받는 게 좀 웃겼지만, 다음 날 새벽 티오프 생각하면 미리 풀어두는 게 맞았다.

전쟁박물관. 마당 전시물 앞에서 다들 한참을 서 있었다.
제일 먼저 간 데가 송베. 오래된 코스라 그런지 나무가 크고 그늘이 많아서 좋았다. 8시 티오프였는데 그 시간에도 벌써 후덥지근. 앞 아홉 홀은 몸이 안 풀려서 헤맸고 뒤로 갈수록 좀 나아졌다. 캐디들이 영어 조금씩 하고 손짓 발짓 다 통해서 도는 데 문제는 없었다. 딱 하나, 그늘집 지나면서 '점심은 각자'라는 걸 그때 알았다. 클럽 식당에서 알아서 먹는 구조. 미리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트윈도브. 물을 낀 홀이 많아서 공 여러 개 헌납했다.
둘째 날은 트윈도브. 여기가 관리가 제일 좋았다. 페어웨이 잔디가 촘촘하고 그린도 빨랐다. 문제는 물. 워터해저드가 곳곳에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은 공을 계속 갖다 바친다. 99 친 날인데 그중 절반은 물값이지 싶다. 그래도 코스 자체는 셋 중에 제일 예뻤다. 사진도 여기서 제일 많이 나왔다. 오후엔 다시 시내로 들어와 통일궁 구경하고, 저녁은 강변 쪽에서 해산물. 새우가 실했다.

마지막 날 탄손녓. 활주로 옆이라 진짜로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마지막 날이 하이라이트였다. 탄손녓은 공항 바로 옆, 그러니까 진짜 활주로 옆에 붙어 있는 코스다. 어드레스 잡는데 위로 비행기가 굉음 내며 지나가서 처음엔 깜짝깜짝 놀랐다. 근데 나중엔 그게 재밌더라. '어, 저거 우리 이따 탈 비행기 아냐' 하면서. 7시 반 티오프라 좀 일찍 일어났지만 그만큼 덜 더울 때 돌아서 좋았고, 이상하게 이 날 스코어가 제일 잘 나왔다. 90. 넷 중에 내가 꼴찌 아니었던 유일한 날. 라운딩 끝나고 바로 공항이라 짐 동선도 편했다.
먹거리 한 줄 — 사흘 내내 쌀국수(퍼)랑 반미 번갈아 먹었는데 질리지가 않더라. 한 그릇에 얼마 안 하는데 국물이 진했다.

밤에 불 켜진 클럽하우스. 마지막 날 저녁 컷.
코스가 세 개 다 성격이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시내 숙소라 저녁이 자유로운 게 이 일정의 진짜 장점이었다. 아쉬운 건 점심 각자 먹는 것과 더위. 4월 말이라 그런지 오후엔 진이 빠졌다. 새벽 티오프 싫은 사람은 각오해야 한다.
우리 넷 점수: 나는 8.5 / 10, 나머지도 대충 8~9 사이. 동기들끼리 '내년엔 어디 가지' 얘기 벌써 나온 걸 보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 민탄(Mint), 50대 주말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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