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여행을 색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지 이십 년이 넘었는데, 어디를 다녀오면 사진 정리는 안 하고 그 동네 색부터 만든다. 경주는 기와 회색, 제주는 유채 노랑, 이런 식이다. 이번 푸꾸옥은 아예 일정 이름부터 2색 골프였다. 빈펄CC 하루, 에스츄리 붕바우 하루 —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코스를 하루씩 돈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아내는 골프보다 그 이름에 먼저 꽂혔다.

작년 겨울에 다녀온 동창이 알려준 티그룹이라는 데에 카톡으로 물어봤더니, 티타임이며 차량이며 리조트며 통으로 짜줘서 우리는 인천에서 비행기표만 끊었다. 직항 네 시간. 무비자 45일이라 서류랄 것도 없었다. 7월이라 우기 아니냐고 다들 걱정했는데, 그 얘기는 뒤에 쓰겠다.

 
COLOR 01 / 05
선셋 주황
발견 장소: 서쪽 해변 · 도착한 날 저녁 6시 40분

공항에 내리니 기사님이 이름 쓴 종이를 들고 서 있었고, 리조트에 짐만 던지고 서쪽 해변으로 갔다. 푸꾸옥이 베트남에서 드물게 해가 바다 서쪽으로 지는 섬이라고, 아내가 비행기에서 읽은 걸 세 번쯤 말했다. 여섯 시 사십 분, 하늘이 진짜 주황이 됐다. 색견본 1번은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도착한 날 저녁, 서쪽 해변. 아내의 색견본 1번이 여기서 나왔다.
 
COLOR 02 / 05
홍등 빨강
발견 장소: 즈엉동 야시장 · 저녁 8시

저녁은 즈엉동 야시장. 홍등이 줄줄이 달려 있어서 시장 전체가 불그스름하다. 새우구이에 성게 하나, 맥주 두 캔. 흥정은 소질이 없어서 부르는 대로 냈는데 그래도 서울 횟집 반값이 안 된다. 사람은 많았다 — 여덟 시 넘어 가니 그랬고, 다음 날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일곱 시 전에 가면 한산하다고 한다. 중간에 소나기가 한 번 쏟아졌는데 이십 분 만에 그쳤다. 7월 푸꾸옥 비는 대체로 이렇게 지나가는 비라고 했다.

즈엉동 야시장. 색견본 2번, 홍등 빨강.
 
COLOR 03 / 05
빈펄 초록
발견 장소: 빈펄CC 페어웨이 · 둘째 날 오전

둘째 날 빈펄CC. 조식 먹고 전용 차로 이동했는데, 코스가 평탄하고 페어웨이가 너그럽다. 원시림을 등지고 치는 리조트형 코스라 첫날 몸풀기로 여기부터 도는 순서가 맞다. 캐디 말로는 IMG에서 설계한 27홀이라고 한다. 나는 94, 아내는 89. 오 타 차이면 선방했다 싶었는데 아내는 스코어만 적고 아무 말을 안 했다. 그게 더 무섭다.

라운딩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고(일정에 포함돼 있었다), 오후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뻗어 있었다. 빈원더스랑 사파리는 옵션인데 우리는 애들이 다 커서 패스했다. 손주 생기면 그때 다시 오기로 했다.

빈펄CC. 평탄하고 너그러운 리조트형 코스 — 색견본 3번은 이 페어웨이 초록.
 
COLOR 04 / 05
붕바우 파랑
발견 장소: 에스츄리 붕바우 높은 홀 · 셋째 날

셋째 날 에스츄리 붕바우. 여기가 2색의 두 번째 색인데, 빈펄이랑 완전히 다르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높은 홀에 서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문제는 그 언덕에서 내 공이 다섯 개 사라졌다는 거다. 경사에서 공 찾으러 다니느라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그래서 색견본 4번만 있고 사진이 없다. 코스가 어렵다는 내 말에 아내는 코스는 죄가 없다고 했다. 92 대 99, 이번엔 칠 타 차이.

캐디팁은 18홀에 오십만 동,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미리 안내받아서 당황할 일은 없었다. 오후엔 선셋타운을 구경했고, 저녁 무렵 또 소나기가 이십 분 지나갔다. 덕분인지 뒤 팀 없이 한산하게 돌았던 게 7월의 의외의 장점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리조트 앞 바다. 색견본 5번은 이 물빛이다.
 
COLOR 05 / 05
바다 민트
발견 장소: 리조트 앞 해변 · 마지막 날 오전

마지막 날은 비행기 시간까지 해변에 앉아 있었다. 물빛이 민트색인데, 아내 말로는 물감으로 만들려면 흰색이 많이 들어가는 색이라고 한다. 늦은 항공편이면 레이트 체크아웃도 문의가 된다는데 우리는 낮 비행기라 조식 먹고 짐을 쌌다.

비용 얘기를 안 쓸 수가 없다. 우리가 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랬다.

항목 참고
지상비 패키지 (리조트 3박·조식, 빈펄CC+붕바우 36홀 그린피·카트·캐디피, 전용 차량, 식사 2회, VAT) 1인 80만 원대 (4인 기준 · 2인은 조금 올라감)
캐디팁 18홀당 약 50만 동(3만 원 안팎) · 현지 현금
주말 라운딩 할증 +45만 동 안팎 (빈펄CC 기준)
항공 (인천 직항 약 4시간) 별도 · 시즌 따라 천차만별

* 환율·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검색해 보면 에스츄리 18홀 단품 예약만 해도 8만 원 안팎이니, 두 코스에 리조트 3박까지 묶인 걸 감안하면 셈은 나쁘지 않았다.

예약 전에 티그룹 카톡으로 실제 후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걸 몇 장 보내줬다. 골프 다녀온 분들 카톡인데 이름은 다 가려져 있었고, 이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즐거운 라운딩 예약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 실제 고객 카톡 중에서 (성함 비공개)

집에 와서 아내가 색견본 다섯 장을 프린트해 냉장고에 붙였다. 다섯 장으로 정리되는 여행이면 잘 다녀온 거라고 한다. 나는 잃어버린 공 다섯 개로 기억하겠지만.

별점을 굳이 매기면 ★★★★☆. 반 개 깎은 건 순전히 내 스코어 때문이고, 코스랑 일정 탓이 아니다.

같은 코스로 갈 생각이면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에서 티그룹을 검색해서 푸꾸옥 2색 골프 있냐고 물어보면 된다. 티타임은 일주일 전엔 잡아두는 게 마음 편하고, 캐디팁 현금이랑 선크림, 그리고 공은 넉넉히 챙기시라 — 언덕 코스에서 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 색견본은 아직 냉장고에 붙어 있다.

Zalo

Quên mật khẩu?

Chọn đăng ký là bạn đã đồng ý với các điều khoản dịch vụ của TGROUP.

Quên mật khẩu? Hãy điền địa chỉ email của bạn. Bạn sẽ nhận được một liên kết để tạo một mật khẩu mới.

Trở về đăng nhập

Đóng

Đóng
Đó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