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는 여행을 색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지 이십 년이 넘었는데, 어디를 다녀오면 사진 정리는 안 하고 그 동네 색부터 만든다. 경주는 기와 회색, 제주는 유채 노랑, 이런 식이다. 이번 푸꾸옥은 아예 일정 이름부터 2색 골프였다. 빈펄CC 하루, 에스츄리 붕바우 하루 —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코스를 하루씩 돈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아내는 골프보다 그 이름에 먼저 꽂혔다.
작년 겨울에 다녀온 동창이 알려준 티그룹이라는 데에 카톡으로 물어봤더니, 티타임이며 차량이며 리조트며 통으로 짜줘서 우리는 인천에서 비행기표만 끊었다. 직항 네 시간. 무비자 45일이라 서류랄 것도 없었다. 7월이라 우기 아니냐고 다들 걱정했는데, 그 얘기는 뒤에 쓰겠다.
공항에 내리니 기사님이 이름 쓴 종이를 들고 서 있었고, 리조트에 짐만 던지고 서쪽 해변으로 갔다. 푸꾸옥이 베트남에서 드물게 해가 바다 서쪽으로 지는 섬이라고, 아내가 비행기에서 읽은 걸 세 번쯤 말했다. 여섯 시 사십 분, 하늘이 진짜 주황이 됐다. 색견본 1번은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저녁은 즈엉동 야시장. 홍등이 줄줄이 달려 있어서 시장 전체가 불그스름하다. 새우구이에 성게 하나, 맥주 두 캔. 흥정은 소질이 없어서 부르는 대로 냈는데 그래도 서울 횟집 반값이 안 된다. 사람은 많았다 — 여덟 시 넘어 가니 그랬고, 다음 날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일곱 시 전에 가면 한산하다고 한다. 중간에 소나기가 한 번 쏟아졌는데 이십 분 만에 그쳤다. 7월 푸꾸옥 비는 대체로 이렇게 지나가는 비라고 했다.
둘째 날 빈펄CC. 조식 먹고 전용 차로 이동했는데, 코스가 평탄하고 페어웨이가 너그럽다. 원시림을 등지고 치는 리조트형 코스라 첫날 몸풀기로 여기부터 도는 순서가 맞다. 캐디 말로는 IMG에서 설계한 27홀이라고 한다. 나는 94, 아내는 89. 오 타 차이면 선방했다 싶었는데 아내는 스코어만 적고 아무 말을 안 했다. 그게 더 무섭다.
라운딩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고(일정에 포함돼 있었다), 오후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뻗어 있었다. 빈원더스랑 사파리는 옵션인데 우리는 애들이 다 커서 패스했다. 손주 생기면 그때 다시 오기로 했다.
셋째 날 에스츄리 붕바우. 여기가 2색의 두 번째 색인데, 빈펄이랑 완전히 다르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높은 홀에 서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문제는 그 언덕에서 내 공이 다섯 개 사라졌다는 거다. 경사에서 공 찾으러 다니느라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그래서 색견본 4번만 있고 사진이 없다. 코스가 어렵다는 내 말에 아내는 코스는 죄가 없다고 했다. 92 대 99, 이번엔 칠 타 차이.
캐디팁은 18홀에 오십만 동,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미리 안내받아서 당황할 일은 없었다. 오후엔 선셋타운을 구경했고, 저녁 무렵 또 소나기가 이십 분 지나갔다. 덕분인지 뒤 팀 없이 한산하게 돌았던 게 7월의 의외의 장점이었다.
마지막 날은 비행기 시간까지 해변에 앉아 있었다. 물빛이 민트색인데, 아내 말로는 물감으로 만들려면 흰색이 많이 들어가는 색이라고 한다. 늦은 항공편이면 레이트 체크아웃도 문의가 된다는데 우리는 낮 비행기라 조식 먹고 짐을 쌌다.
비용 얘기를 안 쓸 수가 없다. 우리가 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랬다.
| 항목 | 참고 |
|---|---|
| 지상비 패키지 (리조트 3박·조식, 빈펄CC+붕바우 36홀 그린피·카트·캐디피, 전용 차량, 식사 2회, VAT) | 1인 80만 원대 (4인 기준 · 2인은 조금 올라감) |
| 캐디팁 | 18홀당 약 50만 동(3만 원 안팎) · 현지 현금 |
| 주말 라운딩 할증 | +45만 동 안팎 (빈펄CC 기준) |
| 항공 (인천 직항 약 4시간) | 별도 · 시즌 따라 천차만별 |
* 환율·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검색해 보면 에스츄리 18홀 단품 예약만 해도 8만 원 안팎이니, 두 코스에 리조트 3박까지 묶인 걸 감안하면 셈은 나쁘지 않았다.
예약 전에 티그룹 카톡으로 실제 후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걸 몇 장 보내줬다. 골프 다녀온 분들 카톡인데 이름은 다 가려져 있었고, 이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즐거운 라운딩 예약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 실제 고객 카톡 중에서 (성함 비공개)
집에 와서 아내가 색견본 다섯 장을 프린트해 냉장고에 붙였다. 다섯 장으로 정리되는 여행이면 잘 다녀온 거라고 한다. 나는 잃어버린 공 다섯 개로 기억하겠지만.
별점을 굳이 매기면 ★★★★☆. 반 개 깎은 건 순전히 내 스코어 때문이고, 코스랑 일정 탓이 아니다.
같은 코스로 갈 생각이면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에서 티그룹을 검색해서 푸꾸옥 2색 골프 있냐고 물어보면 된다. 티타임은 일주일 전엔 잡아두는 게 마음 편하고, 캐디팁 현금이랑 선크림, 그리고 공은 넉넉히 챙기시라 — 언덕 코스에서 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 색견본은 아직 냉장고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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